보도자료

“더딘 너는 이제야 가을빛을 품는구나!”

“더딘 너는 이제야 가을빛을 품는구나!”

“더딘 너는 이제야 가을빛을 품는구나!”

보물섬 남해는 만산(滿山)이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 차려입는 풍광에 방문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곳이다.

 

특히 가을이 한창일 때는 갓 시집 온 새색시의 고운 얼굴 같은 다홍빛과 화사한 노란빛이 섬 전체를 물들여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한 줄기 상큼한 바람마저 더해지면 수행에만 전념한다는 이판승(理判僧)의 마음까지도 녹여버리고 만다.

 

남해의 가장 큰 매력은 한반도에서 가장 늦게까지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나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보물섬의 가을은 이제 녹음을 살며시 밀어내고 홍엽(紅葉)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덜 물러난 여름 기운을 뒤로하고 이제 시작된 남해의 가을을 가장 먼저 느끼려면 삼동면 내산을 찾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내산은 첩첩이 늘어선 산봉우리들로 남해에서 가장 해가 빨리 떨어지는 곳 가운데 하나이기에 서늘한 가을 기운이 이곳에 가장 먼저 머무른다고 한다.

 

삼동면 봉화삼거리에서 편백자연휴양림에 이르는 내산로는 약 5km에 이르는 2차선의 넓지 않은 길이지만, 흔들리는 도로에 따라 양쪽에 늘어선 단풍나무들이 선홍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남해의 영산인 금산에서 내려오는 1급수의 맑은 물 주위에 온갖 꽃들이 만발해 예부터 ‘꽃내[花川]’라 불렸던 화천, 그 화천과 함께 늘어선 내산로는 물길의 방향에 따라 그 여정을 함께 변해가기에 햇빛에 반사돼 서로 다른 태깔을 머금는 단풍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탄을 자아낸다.

 

내산로의 끝자락에는 편백자연휴양림을 비롯해 나비&더테마파크, 바람흔적미술관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내산은 한겨울에도 나비생태공원에서 봄나비를 만나볼 수 있는 까닭에 가장 먼저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람흔적미술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드리워진 나뭇가지 아래로 가을의 향이 묻어난다. 바람개비 모양의 설치 작품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람의 흔적을 전한다면 높은 하늘 아래 화려한 단풍과 내산저수지 너머로 물들어가는 수목이 가을의 흔적을 전한다.

 

내산로에서 바람흔적미술관으로 내려서는 길 반대편에는 남해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오솔길이 낙엽을 가득 머금고 오는 이들을 유혹한다. 200~300m의 짧은 오솔길이지만, 잔잔한 바람에 조용히 떨어대는 나뭇가지와 바람흔적미술관에서 설치해 놓은 작은 조형물들이 보기 드문 운치를 자아낸다. 조형물을 감상하는 잠깐의 여유를 챙기며 입체미술관까지 오르는 동안에는 지천에 내린 낙엽이 ‘사부작’하고 밟히는 소리에 호젓한 가을 기운을 더한다.

 

내산로를 돌아 나와 독일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면 도로 한가운데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 한그루가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m는 됨직한 커다란 키를 통해 짐작하면 느티나무의 수령이 300여 년은 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매년 음력 10월 첫 정일에는 마을주민들이 이곳에서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봉화마을 느티나무를 돌아 4km정도를 더 달리면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나뭇잎이 햇빛에 반사돼 물고기를 불러 모은다는 물건방조어부림이 잔잔한 남해바다와 함께 보물섬의 또 다른 가을 정취를 전한다.

 

물건방조어부림은 400여 년 전 바닷바람에 의한 염해와 해일의 피해를 막는 목적으로 조성됐다고 한다. 초승달 모양으로 1.5km를 늘어선 어부림은 이팝나무와 팽나무, 푸조나무 등 1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즐비해 있다.

 

물건항 앞바다에 떠있는 바지선과 작은 물결을 일렁이며 바다로 나아가는 어선, 그리고 정열의 돛을 올리고 점점이 떠있는 요트는 어부림과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또 그 뒤로는 어부림의 도움으로 무사히 추수를 마친 논들이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리돼 있고, 논 위로는 가지런히 정돈된 볏짚들이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사진작가들은 일몰 1시간 전 이곳을 산책하면 가장 예쁜 단풍색을 눈에 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잠깐 동안 어부림 사이를 걷다보면 독일마을 뒤로 노을이 물들기 시작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한다. 저녁 해가 뽐내는 붉은 빛과 20여 채의 독일마을 집들이 함께 자아내는 풍경은 방문객의 발길을 쉬이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다시금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이제 막 가을이 시작된 남해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015-11-13